올해 여름, AI선도 기업 오픈AI(OpenAI)는 법적 분쟁과 인재 경쟁, 그리고 대규모 정부 계약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을 동시에 겪으며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섰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저작권 소송, 메타(Meta)의 파격적인 인재 영입 시도, 미 국방부와의 2억 달러 규모 계약 등이 연이어 이어졌지만, 오픈AI는 이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며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 바로 오픈AI의 첫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한나 웡(Hannah Wong)이다.
웡은 단순히 언론 대응이나 위기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는 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오픈AI의 7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육적이고 접근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녀의 전략은 “신뢰 구축”과 “이해 증진”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AI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위기 속 리더십: 한나 웡의 역할
한나 웡은 2021년 오픈AI에 합류한 후, 2022년 챗GPT(ChatGPT) 출시를 진두지휘하며 단 8명의 팀을 50명의 글로벌 전문가 조직으로 성장시켰다. 2024년 8월, 정식 CCO로 승진한 그녀는 현재 응용 분야 CEO 피지 시모(Fidji Simo)에게 직접 보고하며, 회사의 모든 메시지와 브랜드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위기 대응을 넘어, 사용자와의 직접적이고 투명한 대화를 중시한다. 뉴욕타임스와의 저작권 소송 국면에서 웡은 신속하게 회사 웹사이트에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우리의 대응”이라는 글을 게시해, 데이터 보존 정책과 원칙을 명확히 공개했다. 단순한 해명 수준을 넘어, Q&A 형식으로 예상 질문에 답하며 사용자 신뢰를 지키려 한 것이다. 웡은 “우리가 주변 환경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대응할지는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케팅에서 교육으로: 제품 중심 전략
오픈AI의 마케팅 전략은 화려한 광고보다 제품 자체가 소비자 경험을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둔다. 2024년 슈퍼볼 광고 ‘The Intelligence Age’는 인류 발명사를 간결하게 보여주며 AI로의 전환을 상징했지만, 웡은 이를 “제품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챗GPT와 이미지 생성 도구 달리(DALL·E 2) 같은 제품 출시 과정에서 웡은 “AI를 신비로운 기술이 아닌,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이러한 교육적 접근은 사용자의 학습곡선을 줄이고, 대중이 AI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체감하게 했다.
또한 웡은 팟캐스트(OpenAI Podcast)를 론칭하며 회사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했다. 샘 올트먼 CEO, 닉 털리(ChatGPT 총괄), 마크 첸(수석 연구 책임자) 등 내부 리더들이 직접 참여해 AI의 성공, 우려, 미래 비전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대화는 사용자들에게 신뢰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웡은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깊은 연결을 만든다”며, 교육과 신뢰 구축의 핵심 매개로 팟캐스트를 꼽는다.
급격한 성장과 조직적 도전
오픈AI의 재무적 성과는 눈부시다. 2024년 6월 기준 연간화 매출은 1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5년 말까지 127억 달러 달성이 목표다. 사용자는 2024년 2월 4억 명에서 불과 두 달 만에 8억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연내 10억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새로운 제품과 파트너십에 기반한다. 2025년 출시 예정 기능에는 자율 웹 탐색이 가능한 ‘ChatGPT Agent’, 학습 기능을 강화한 ‘Study Mode’, 코드 작업을 수행하는 ‘Codex’, 이미지 생성 모델 ‘4o Image Generation’ 등이 포함된다. 또한 매텔(Mattel)과의 협업을 통해 AI 기반 장난감을 선보이고, 오라클(Oracle)과의 300억 달러 규모 계약으로 AI 인프라 확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급격한 혁신은 불안감도 불러일으킨다. 피유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AI 확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며, 11%만이 “흥분된다”라고 답했다. 반대로 “우려된다”라는 응답은 2022년 대비 14% 증가했다. 웡은 이에 대해 “사용자가 불안을 느낀다면,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가능한 한 명확하게 답한다”고 설명한다.
법적 분쟁과 산업적 파급력
뉴욕타임스와의 저작권 소송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AI 산업 전체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사건이다. 오픈AI는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에 근거해 기사와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뉴욕타임스와 유명 작가 집단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다.
이 소송 이후 오픈AI는 파이낸셜타임스, 뉴스코퍼레이션, 콘데 나스트, 닷대시 메리디스 등 유력 언론사와 잇따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데이터 접근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사용자 데이터 접근권까지 요구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오픈AI가 강조해온 “프라이버시와 신뢰”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향후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픈AI는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닌, AI 시대를 정의하는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혁신과 재무적 성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중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법적·윤리적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한나 웡 CCO의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위기 속에서도 일관된 메시지와 교육적 접근으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제품 자체의 경험을 중심으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방식은 오픈AI가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AI 시대의 신뢰할 수 있는 안내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픈AI가 직면할 과제는 많다. 그러나 웡의 말처럼 “급박한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면” 오픈AI는 단순한 기업을 넘어 전 세계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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