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의 진화는 소프트웨어 설계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한때는 “좋은 프롬프트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오늘날 산업 수준의 LLM 애플리케이션은 훨씬 더 복잡한 구조와 논리를 요구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있다. 바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Context engineering)’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 단순히 LLM에게 지시하는 문장을 잘 쓰는 기술이라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그 지시문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정보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시스템 아키텍처적 접근이다. LLM을 활용하는 기업과 개발자들이 이 개념을 오해하거나 간과한다면, 모델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프롬프트 vs. 컨텍스트: 단순 지시와 종합 설계의 차이
LLM 활용에 있어 프롬프트는 언어모델에 대한 ‘지시’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에 대한 시를 써줘”는 누구나 쉽게 작성할 수 있는 프롬프트다. 하지만 산업적 맥락, 예컨대 의료 문서 요약, 법률 판단 보조, 기업 보고서 작성 등 복잡한 작업에서는 단순한 프롬프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작업을 정확히 수행하게 하려면 모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문맥(context)’을 구성해야 한다. 이 문맥이란 단순히 대화의 히스토리뿐 아니라, 작업의 목표, 요구되는 출력 형식, 관련 지식, 데이터, 예시 등 모델의 추론을 돕는 모든 정보의 총합을 의미한다. 이 전체적인 정보 설계 과정을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 중요한가?
LLM의 작동 원리는 “다음에 올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예측”하는 것이지만, 그 판단은 제공된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이 말은 곧, 어떤 정보를 넣느냐에 따라 모델의 응답 품질이 극적으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보의 양이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정보의 적절성, 구조, 순서, 표현 방식”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작업들은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다:
- 사용자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기
- 예시(few-shot examples)를 적절히 삽입하기
- 모델이 활용할 수 있는 외부 데이터 검색(RAG) 결과 추가
- 멀티모달 입력(이미지, 표, 코드 등)의 정렬 및 정제
- 이전 상호작용 히스토리를 구조화하여 포함
- 필요한 정보만 추출하거나 압축하여 넣기
만약 컨텍스트가 불충분하거나 왜곡되어 있다면, 모델은 잘못된 출력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정보를 넣으면 비용이 증가하고 추론 경로가 흐려져 성능이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의 선택과 배치, 즉 문맥 최적화는 LLM 활용에서 핵심 전략이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실제 구성 요소
현실에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조합하여 구성된다:
요소 | 설명 |
---|---|
작업 설명(Task description) | 모델이 수행할 작업을 명확하게 정의 |
예시(Few-shot examples) | 이전 입력-출력 사례 제공으로 추론 방향 유도 |
관련 지식(Base knowledge) | 도메인 관련 정보를 요약, 압축하여 제공 |
RAG 검색 결과 | 외부 지식베이스에서 실시간으로 검색된 정보 |
도구 상태(Tool state) | 모델이 사용하는 외부 도구의 현재 상태 정보 |
사용자 맥락(User state) | 사용자 성향, 직무, 이전 대화 등 반영 |
형식 제약(Format constraints) | 출력 형식에 대한 명확한 규칙(예: JSON, 마크다운 등) |
“ChatGPT 래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프롬프트 수준의 LLM 활용을 뛰어넘어, 전체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설계와 직결된다. 단순히 OpenAI API에 텍스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ChatGPT 래퍼(ChatGPT wrapper)”는 오늘날의 엔터프라이즈 LLM 앱 현실과 괴리가 크다.
실제로 최신 LLM 애플리케이션은 다음과 같은 고급 로직을 요구한다:
- 작업 분해(Decomposition): 복잡한 작업을 여러 하위 단계로 분할
- 컨텍스트 최적화(Context packing): 컨텍스트 윈도우 내 정보를 정교하게 압축 및 배열
- 모델 라우팅(Model routing): 작업 성격에 따라 GPT-4, Claude, Mistral 등 모델 선택
- 생성-검증 흐름: UI 상에서 사용자 확인 및 편집을 유도하는 UX 플로우 설계
- 보안 및 가드레일: 민감 정보 보호 및 출력 제어
- 사후 평가 및 학습(Feedback loop): 사용자 피드백 수집 후 성능 개선
이 모든 요소는 컨텍스트를 중심으로 LLM을 구성하고 제어하는 엔지니어링 전략의 일부이며, 이 작업은 고도의 직관과 경험,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야말로 예술과 과학의 결합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LLM 시대의 초입을 이끌었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그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LLM은 ‘무엇을 줄 것인가’에 따라 그 품질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시스템이며, 이 ‘무엇’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이 바로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다.
이제 LLM을 단순한 API 호출 도구가 아닌, 지능형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보다 ‘좋은 문맥’이 훨씬 중요하다.
LLM 시대, 진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문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컨텍스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