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프라인이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던 2010년 어느 날 한 디지털 세미나에서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작년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인프라가 확산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집중 조명 되었지만, 이제 천만 이상의 사용자로 일상화 되었기에 이후에 파생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살펴볼 때 이다. 앞으로의 디지털의 파괴적 혁신의 대부분은 오프라인에서 나올 것이다.’ – 정지훈 (미래학자, 전 명지병원IT융합 연구소장)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앱, 모바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4년 전에 디지털 혁명이 오프라인에서 나온다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해외 사례를 들어 이런 명제를 소개했었는데 사실 공감이 되지 않았으나 너무 의아한 말이라 잘 기록해둔 기억이 납니다. 4년이 지난 지금 한 미래학자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집밥은 모두 숙박, 콜밴, 식당이라는 오프라인 산업에 디지털에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사례입니다. 다만 위의 3가지 사례들이 오프라인 산업을 기반으로 온라인에 신규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어 냈다면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오프라인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일어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매장 혁신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역쇼루밍 전략
온, 오프라인의 주요 유통사들은 온/오프가 결합되는 옴니채널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고객을 쇼루밍족이라는 말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반대로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역쇼루밍족을 잡기 위한 각 채널들의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대표격인 네이버와, 국내 오프라인 대표격인 롯데백화점의 역쇼루밍 대응 전략을 소개하겠습니다.
최근 국내 포털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가 스타일 윈도우라는 서비스를 오픈 했습니다. PC웹 보다는 모바일에 최적화 된 서비스인데요. 주요 컨셉은 백화점, 가로수길, 홍대 편집샵의 물건들을 온라인에 올려놓고 스타일 윈도우에서 구매하고 제품은 오프라인에서 찾아가는 형태입니다. 기존의 닷컴몰과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상품에 대한 사진이 편집된 이미지컷이 아니라 매장에서 근접 촬영한 사진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제품 수령은 오프라인에서 한다는 점 입니다. 백화점에 방문하기 힘든 고객들을 타겟으로 일반 닷컴 몰 보다 상세하게 상품에 대한 실제 매장 DP된 사진을 통해 역쇼루밍족을 끌어드리고 있습니다.
스타일윈도우의 중요한 특징은 백화점, 아울렛에 입점해있는 전문 브랜드들의 제품뿐 아니라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등의 편집샵에서 제공하는 트렌디한 상품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직접 제품을 확인하기 힘들고 유니크한 아이템이 자주 변하는 패션업계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판매사원의 카운셀링이 없다는 것도 기존 닷컴의 단점 증 하나인데요. 스타일윈도우는 매장 매니져들에게 직접 상품을 찍고 올리게 되어있어 보다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판매형태입니다.
온라인에 네이버가 있다면 오프라인에는 롯데백화점이 있습니다. 롯데백화점뿐만 아니라 주요 백화점 3사 들이 트레이딩 다운 현상에 의한 매출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에 롯데백화점은 옴니채널 전략을 돌파구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닷컴이 함께 오픈한 스마트픽 서비스가 그것인데요. 스마트픽 서비스는 네이버의 스타일 윈도우와 마찬가지로 롯데닷컴, 스마트픽 어플을 통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모바일로 날아오는 교환권을 가지고 매장에 방문해 제품으로 교환하는 서비스입니다.
스마트픽을 이용하면 구매완료 후 매장을 선택 할 수도 있고 실제 매장에 방문해 옷의 경우 사이즈를 맞춰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온라인이 단점이었던 의류나 신발에서 나오는 사이즈의 교환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줍니다. 매장에서 역시 온라인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게 되어 연결판매나 고객관리가 가능해 추가적인 매출 향상의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는 점에서 온/오프라인의 상호 win-win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프로모션
작년 하반기에 애플은 iBeacon이라는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아이비콘은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용한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 기술로 그동안 NFC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애플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T-머니 카드나 모바일 결제로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NFC와 아이비콘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구분 | 배경 기술 | 감지거리 | 데이터 범위 | 활용 |
NFC | NFC | 10cm 이하
(단말기 앞에서만 인식) |
주로 결제 정보 위주 | 안드로이드 주도로 결제 시장 중심 시장 |
i비콘 (iBeacons) |
저전력 블루투스
(Bluetooth Low Energy) |
5cm~49m
(매장 근처를 지나가도 인식) |
사용자 위치, 구매 이력, 결제 등 데이터 범위 널음 | 애플 주도로
결제, 프로모션 중신 시장 |
NFC와 아이비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지의 거리와 주고받는 데이터의 범위입니다. NFC 보다 아이비콘은 더 넓은 곳에서 비접촉식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플은 현재 미국 내 254개 애플스토어에 이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고 제휴사 및 가맹사를 확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위의 소개도를 보시면 고객이 매장에서 접하는 모든 접점 (매장 입구, 쿠폰 발행, 매대 위치 안내, 결제)에서 비콘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 스토어에 들어서면 단말기로 맞춤형 쿠폰을 전달받거나, 제품이 진열된 테이블 옆을 지나가면 제품의 동영상과 가격, SNS 정보까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보내는 게 아니라 고객 행동 패턴, 구매이력, 약정기간 등을 분석해 고객 맞춤 정보를 알림창 푸쉬 형태로 제공합니다. 또 애플의 멤버십 서비스인 패스북과 결합하여 선불카드나 멤버십 서비스를, NFC의 일부 도입으로 결제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사의 리테일 스토어 이외에도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아이비콘을 이용해 방문 시 이전 매장에 마셨던 음료를 추천해 주고 쿠폰을 발행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뉴욕 매츠 구장에서는 야구장 방문 시 경기, 구장 정보 제공, 몇 번째 방문인지, 좌석 위치와 출구는 어디인지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위한 빅 데이터 분석
2010~2011 디지털 업계의 핫 이슈가 ‘소셜’이었다면, 2012~2013은 누가 뭐래도 ‘빅데이터’였습니다. 하지만 이 빅데이터에 대한 역설은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자만 누구도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빅데이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의 일면을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웹에서 쏟아지는 이 정말 큰 데이터를 어떻게 핸들링 해야 할지, 그 데이터를 가공해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이 유의미한지에 대한 논쟁적인 이야기는 아직도 현업에서 많이 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소 논쟁적인 온라인의 데이터가 아닌 오프라인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리테일 넥스트사는 방문자의 모바일 무선 신호 (Wi-Fi)를 통해 유동인구수, 방문자수, 체류시간, 재방문률, 구매전환율, 날씨와의 상관같계 같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매장주에게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글로벌 탑 플레이어는 미국의 리테일 넥스트, 유클리드 애널리틱스, 핀란드의 워크베이스 같은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국내에는 워크인사이트라는 업체가 동일한 서비스를 가지고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방한한 리테일 넥스트의 CEO는 이 시장의 규모를 약 300억 달러로 예측한 적이 있습니다.
웹사이트나 광고 마케팅 업체들이 아이트랙킹을 통해 사용자의 사용성을 테스트하고 더 낳은 방안을 제시한 것처럼 리테일 넥스트사는 무선 랜, 카메라 등의 장치로 매장 내 동선, 모객형태, 유동인구 등을 분석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세일즈가 가능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디지털 기술이 여러 가지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 형태, 프로모션, 고객 분석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런 디지털 기술을 매장에 적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어떤 형태로의 변화든지 그 중심에는 결국 고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객의 행동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